T-Square의 Copacabana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2003년도 즈음인 것 같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이 곡을 들으며 지하철 역에서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당시 스쳐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의 얼굴이 생각날 정도로 그 이미지 만큼은 선명하다.
T-Square라는 그룹을 막 알던 시기라서,
인터넷에서 해적판 MP3를 앨범 순서와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다운받아 듣곤했다.
이 곡을 처음들었을 때,
찌릿~!
'이거 꽤나 신선한데!'
'듣기만 해도 좋은데, 직접 연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꽤나 헛된 생각을 했던 기억이다.
물론 당시에는 이 곡이 어떤 구성이고,
내가 원하는 메인 코러스가 어떤 악기로 연주되는지조차 몰랐었다.
그냥
단지
'좋았다'
모든 일에는 이런 '막연한 느낌'이 화근이다.
그로부터 6년 후..
평범해야 할 주일 저녁..
난 Winamp의 Pacemaker라는 Plug-in과 GuitarPro라는 프로그램을 양 모니터에 올려놓고 작업을 시작한다.
말이 작업이지 노동에 가깝다.
절대음감은 바라지도 않는다.
불완전 상대음감을 가진 내 귀를 탓하며 한 마디 씩 악보를 만들어 간다.
들리면 콩나물 찍고, 안들리면 2저속, 그래도 안들리면 4저속,
들릴때까지 저속배수를 올린다.
다행히 저속해도 Pitch가 낮아지지 않는 방법을 배워서
16저속까지는 가지 않았던 기억이다.
참 잘났다.
나름대로 이런 커버작업에 익숙해져서인지 악보를 완성하는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솔로까지 이틀정도..
악보를 그리고 나면 모든 작업의 10%는 완성이다!
완성된 악보를 가지고 EWI를 불어가기 시작한다.
첫 느낌은
"의외로 어렵지가 않았다!"
우선 초보에게 가장 큰 장벽인 템포가 적당했다.
급조된 자신감으로 녹음을 했고,
들어보니
역시나..
이건 아니였다.
결론적으로 이 곡은 '솔로'보다 '코러스'가 훨씬매우훨씬 어렵다.
슬러, 밴딩, 비브라토가 모든 콩나물에 붙어있다.
관악기의 경우 진짜 실력은 느린 템포에서 '뽀록(revealed)'이 난다.
속주를 하면 내 톤이 평가되기 전에 다음 톤이 나오므로 평가자를 포기하게 만들지만
느린 템포에서는 매 음에 대해 청자가 느끼고 평가할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장기 프로젝트 곡으로 결심하고 내공을 쌓기로 한다.
그로부터 2개월 후..
6년 전의 '바람'이 하나의 레코딩 파일로 '실체'가 되었다.
아직 어디에 내세우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오히려 좋다.
가끔은 지루하지 않게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 내세우기 전까지 말이다.
섹소폰은 슬플 수 있는 곡, EWI는 신날 수 있는 곡으로 레파토리를 쌓아가기로 했다.
참 잘한 것 같다.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
'악보를 그릴 때의 느낌'
'손가락이 돌아갈 때의 느낌'
'연주할 때의 느낌'
'가만히 내 연주를 들을 때의 느낌'
어느 것 하나 쉽게 끊을 수 없는 황홀한 매력들을 가지고 있다.
다음 도전은 T-Square의 夜明けのビ ナス(Yoake no Venus)로 정했다.
다시 빈 악보에 G-clef를 그려본다.



